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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룬샷,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리더들의 특징 - ①

by 서당개 2020. 9. 13.

룬샷,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리더들의 특징

룬샷이란 무엇인가?

룬샷(Loonshot)주창자를 '미친 자' 취급하며 많은 이들이 무시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말한다. 룬샷은 '제품형 룬샷'과 '전략적 룬샷'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이기는 기술, 생명을 살리는 제품, 업계를 바꿔놓는 수많은 전략적인 아이디어다.


룬샷을 놓치는 기업들의 과정과 변화

번지르르한 잡지들은 혁신적 팀에는 승리를 가져온 조직 문화가 있다며 해마다 극찬한다. 표지에는 횃불을 든 성화 봉송 주자처럼 번쩍이는 신제품을 들고 미소 띤 직원들의 사진이 실리고, 리더들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 영원할 것 같던 회사가 어느 날 풍비박산 나버리는 일은 너무나 잦다. 사람도 그대로이고, 조직 문화도 그대로인데 회사는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 왜일까?

잘 나가던 기업들도 돈이 될만한 아이템이나 전략을 놓치면서 기업 경쟁에서 밀리고 끝내 무너진다.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해서나 여태껏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전략의 수를 읽지 못해서가 아니다. 바로 룬샷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다르다.

팀이나 회사의 규모가 작을 때는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 누구에게나 '큰 판돈'이 걸려 있다. 작은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신약이 성공하면 모두가 영웅 대접을 받거나 백만장자가 되지만 실패하면 모두 실업자다. 이렇게 큰 판돈에 비하면 '지위'에 따른 특전(승진에 따른 연봉 인상이나 직책명의 변경 따위)은 미미해 보인다. 

팀이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판돈은 줄어드는 반면, 지위에 따른 특전이 커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의 크기가 역전될 때 시스템이 전환된다. 두 인센티브는 누구도 원치 않는 행동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조직이 커지고 안정될수록 똑같은 사람으로 구성된 똑같은 집단임에도 룬샷을 퇴짜 놓기 시작한다. 똑같은 사람이 어느 맥락에서는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보수주의가 되고, 다른 맥락에서는 깃발을 휘두르며 달려가는 혁신가가 될 수도 있다.

룬샷의 핵심, 상분리와 동적평형

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얼어붙기 직전으로 만들어보자. 어느 쪽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전체가 얼거나 녹아버린다. 그런데 바로 그 접점에서는 얼음 덩어리와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한다. 상전이의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상분리相分離, phase separation이라고 한다. 얼음과 물의 상태는 서로 나뉘면서도 여전히 연결되어있다.

두 상태의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순환관계 형태를 띤다. 얼음 조각의 분자들은 인접한 물웅덩이로 녹아든다. 얼음 조각 옆을 헤엄치던 액체 분자들은 얼음 표면에 붙잡혀 얼어붙는다. 어느 쪽 상태도 압도적이지 않은 이 순환관계를 동적평형動的平衡,dynamic equilibrium 이라고 한다.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이 잘 분리(상분리)되어 있으면서 똑같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양방향으로 교환하는 상태(동적평형)성공하는 경영의 핵심이다.


아래 버니바 부시와 시어도어 베일의 사례를 통해 룬샷을 알아보자.


룬샷,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다.

버니바 부시2차 세계대전 중에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 시스템이 획기적인 여러 아이디어를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시가 만든 시스템은 대표적으로 레이더장비와 퓨즈 달린 포탄이 있으며, 이런 아이디어들은 연합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도록 도왔고, 이후 미국은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게 됐다.

과학연구개발국 Office of Scientific Research and Development,OSRD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새 조직은 부시가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과학자 · 엔지니어 · 발명가들을 찾아내 괴상한 것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유망하지만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로운 전국 각지의 아이디어들을 보호하고 확산시킬 국가기관이 룬샷을 위한 국가기관이 출범한 것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벨 전화연구소'

1907년, 벨 전화회사가 회사명을 'AT&T'으로 바꾼 후 당시 예순두 살이던 시어도어 베일(Theodore Vail)은 CEO가 되고 나서, 미국인들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전국 어디든 누구에게든 전화를 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AT&T 내부에서 베일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샌프란시스코까지는커녕 가까운 거리조차 전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선을 타고 가다 보면 전기 신호가 약해지는데도 아무도 그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전자라는 게 발견된 지 10년밖에 안 되던 때였다.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양자역학이 나오려면 2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베일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원리에 기초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 필요했다.

베일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별도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사진을 설득했다. 베일도 부시와 마찬가지로 과격한 아이디어들을 격리시켜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후 몇 년간 과학적 원리를 파고들었고 결국은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진공관을 발명했다. 모든 현대 전자 기기의 전신인 세계 최초의 증폭기였다.

베일이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 8년이 채 안 된 1915년 1월 25일, 뉴욕에 있는 베일의 사무실 15층 회의실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은퇴 중에 불려 나온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과 전화를 해냈다. 나중에는 '벨 전화연구소Bell Telephone Laboratories'로 불리게 될 베일의 조직은 이후 50년간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CCD 칩(모든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최초의 레이저, 유닉스 OS, C언어를 개발했고 여덟 번의 노벨상을 받았다.

좋은 성과를 거두는 기업의 구조

경영을 물리학으로 배웠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기업 경영에 있어서 상분리와 동적 평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지금도 실무자들과 개발자들의 의사소통을 강조합니다. 기업에서 어떤 제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단순히 개발자들의 개발 기술로만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어렵거나 사용 가치를 느끼지 못할만한 제품이 개발될 수도 있으므로 실무자 혹은 소비자의 피드백이 있어야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보다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그 어느 때 보다도 전략적인 룬샷도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 룬샷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룬샷
국내도서
저자 : 사피 바칼(Safi Bhacall) / 이지연역
출판 : 흐름출판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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